제가 튜터로 섬기게 된 분은 정년퇴직을 하신 일본의 할아버지셨습니다. 공직에서 일을 하셨던 분으로서 이 분과 10주간교제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일본 문화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기도 하고, 여러가지 조언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참 순수하셔서 자신의 생각을 저에게 종종 나눠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저와는 몇십년의 차이가 있지만 한 번도 세대차를 느껴보진 못한 것 같습니다.
10주간의 프리토킹 시간은 “수다 수첩”이라는 정해진 교재의 주제를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첫 주는 “자기 소개“로 시작을 해서 차츰 대화가 깊어지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 가운데 기억에 남는 대화는 “기적”을 주제로 이야기를나눌 때 가지게 되었습니다. 1시간의 대화 중 10분 정도가 경과하였을 즈음에 갑자기 학습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기적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과학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사람만 해도 돌에서부터 단백질 덩어리를 거쳐 진화된 것은 누구나 알고 인정하는 사실 아닙니까?”
그 말씀을 듣고 저는 제 생각을 말씀 드렸습니다.
“사람이 미토콘드리아에서 진화했다는 진화론과 하나님이 사람을 만들었다는 창조론은 모두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않은 가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창조론이 더 그럴듯 하게 들립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만들어진 과정을수백만년을 거쳐 우연히 철판이 만들어지고 휘어져서 외형이 만들어지고 거기에다가 각종 기계장치와 엔진도 우연과 진화를 거쳐서 설치되고, 또 우연히 시동이 걸리면서 비행기가 날아올랐다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설계자와엔지니어가 의지를 가지고 비행기를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하물며 비행기보다 더 복잡한 고도의 시스템 그 자체인 인간이 진화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의 이런 말씀을 들으신 학습자께서는 제 말이 잘 이해가 안되니 마치고 일어로 다시 이야기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다시 일어로 이야기를 나눈 후에 이 분이 하시는 말씀이, 제 이야기가 외국어여서 못 알아들은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여서 그렇다고 하시며,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였을 것이라고는 그 가능성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하시며 너무 충격적이니 한 주간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셨습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대화는 마지막 10주째에 나눈 “소망”을 주제로 한 대화였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평생을 함께 살아오신 부인을 자기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하시며 어딜 가나 두 분이 항상 함께 다니는 분이신데, 자신의 소망은 죽어서윤회해서 다시 지금의 부인과 만나 지금의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리는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저는 성령님께서 주시는 마음대로 정직하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죄송하지만 성경은 우리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끝이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부인과 다시 만나시려면 천국에서 만나셔야합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누구나 죄를 용서받고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크리스천이 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할아버지께서는 지금 당장 크리스천이 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앞으로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아니고 좀 더 알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지금도 매일 아침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주간의 수업이 끝난 지금도 가끔 할아버지와 만나 식사를 하기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를 섬기며, 일본의 넌크리스챤들은 한국의 넌크리스챤들과는 달라서 복음에 대한 완전한 백지 상태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크리스챤이 없다시피한 나라여서 이 분들에게 제가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복음을 들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채 이대로 고통 가운데 죽어갈 수 밖에 없음을 이제는 압니다. 저로서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에 불과한 작은 섬김이었지만, 영적인 의미에서는 적진의 한 가운데에 폭탄을 투하하는 일과 같이 큰일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전도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었지만 그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저에게너무도 자연스럽게 넌크리스챤과의 일대일의 대화 기회가 주어지니 또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기회가 닿는대로 많은 일본분들을 섬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