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H상의 이사
H상이 실버타운으로 들어가시는 날이어서, 아침부터 고무장갑과 청소도구 몇 개를 챙겨서 H상의 집으로 갔습니다. 대부분의 큰 가구들은 처리를 했는데, 버려야 할 이불이며 잡다한 물건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쓰레기도 떨어져 있었고, 미처 걷어내지 못한 카페트도 먼지를 가득 머금은 채 깔려 있었습니다.
한참을 옮기고 쓸고 닦고 걷어내고 하고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H상과 저는, 버리지 않고 남겨놓았던 낮은 탁자에 마주앉아 빵과 주먹밥과 물 등을 꺼내놓고 먹었습니다.
갑자기 가슴 한 켠이 시려 왔습니다. 이렇게 마주앉아 있을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H상에게 "하나님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세요." 하고 말했습니다.
사실 H상은 이미 복음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고, 실제로 성경을 읽기도 하고, 저와 함께 예배에 참석해서 영접기도를 큰 소리로 따라서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H상은 여전히 '하나님이 정말 참 신인가?'하는 의문을 버리지 못하고 하나님께 나아오는 것을 보류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보류 상태로 둘 것인지…
다시 만나자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면서, 저는 또, 같은 말을 되풀이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하나님을 문 밖에 세워두지 마세요~" H상은 오늘도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H상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사건을 허락해 주시고, 그리스도인이 되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12일… 선교한국어 교사양성과정
선교한국어 교사양성과정을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3월에 시작할 예정으로 훈련생을 모집하였으나 코로나로 인해 계속 연기되다가 드디어 오늘에서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모집된 훈련생도 10명이 넘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한국에 들어가게 된 사람들이 있어서 다섯 명(성도 3명과 선교사 2명)이 양성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5주간의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훈련생들이 CSL선교전략을 잘 배워서 각 교회들이 선교에 동참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18일… S상의 눈물
S상과 '한국어 수다수첩'으로 대화를 나누던 중에 '인정하는 말'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S상이 울먹이면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S상이 둘째를 낳던 날, 병원 침대에 누워서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때 남편이 "지금처럼만 하면 된다. 당신은 육아를 잘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말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은 남편의 칭찬이었다고 하면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S상은 세 아이(2세, 6세, 8세)를 키우고 있는 30대 초반의 엄마입니다.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어린 아이들을 세 명이나 돌보고 있기 때문에 남편의 도움은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S상의 남편은 육아와 집안일은 일절 하지 않습니다. 일본 여성의 입장에서는 이런 남편의 태도가 그리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도, 육아와 집안일은 어머니의 역할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일본 여성은 육아와 집안일을 거뜬히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S상은 남편에게 힘들다며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저, 좋은 아내와 착한 엄마가 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기만 했습니다. 주눅들어 있고, 생활에 지쳐있고, 외로움이 가득해 보였습니다.
저는 그저 같이 울어주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S상은 저에게 몇 번이고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를 반복하면서 울었습니다. 저는 그런 S상에게 "나의 하나님께 S상을 도와달라고 기도하겠습니다." 하고 조용히 기도했습니다.
S상은 교실 문을 나서면서도 '미안합니다'를 계속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뒤에 휴대폰 문자가 왔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선생님의 기도가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신실하신 우리 하나님이 S상을 위로해 주셨나 봅니다. 그걸 S상만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S상이 하나님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고, 기도의 능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기도해 주세요.
24일… 방문자
인터넷에서 교회 홈페이지를 보고 연락을 주었던 K씨가 찾아왔습니다. 60대 한국인 여성분인데, 오랫동안 일본에서 지냈기에 일본식 사고방식과 어투가 가득했습니다. 한국인이기보다는 일본인에 더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K씨는 진리를 찾고자 3살 된 어린 딸을 데리고 인도와 네팔 등을 돌아다녔고, 일본인 남편은 일본에 남아서 자신들이 쓸 생활비를 보내 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4-5년을 보내고 일본에 돌아와서는 딸 아이에게만 전념하며 지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겨울에 하나님이 자신을 교회로 부르는 음성을 듣고는 교회를 찾아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교회마다 사역자와 리더들의 연약함(돈 요구, 강압적인 신앙생활, 민족차별 등) 때문에, 아직도 교회를 정하지 못하고 인터넷으로만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약 6개월동안 6-7개의 교회를 경험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K씨가 교회에 간 지 1개월도 안 돼서 세례를 받은 데다가, 세례를 받았는데도 예수님이 왜 십자가에서 죽으셔야 했는지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K씨가 모르고 있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교회에 왜 가야 하는지, 선악과를 먹은 것이 뭐가 잘못인지, 심지어는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이 같은 분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K씨는 그날 저에게 아주 많은 질문들을 했습니다. 그동안 궁금했던 부분들을 마구 쏟아내면서, 스스로 성경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풀어갔습니다. 저녁 시간도 잊은 채 밤 9시가 될 때까지, 약 6시간 정도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K씨의 질문이 거의 모두 다뤄졌을 때, 제가 조심스럽게 요청했습니다.
"K씨의 열정적인 탐구심 덕분에 이렇게 진리를 찾게 되었고, 진리를 찾은 그 기쁨이 너무나 커서 즉시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의 옷을 입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옷을 입다 보니 단추를 좀 잘못 끼운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그 단추를 다시 바로 끼워드려도 될는지요…?"
K씨로부터 흔쾌히 그렇게 해달라는 허락을 받고, 저는 복음의 스토리를 다시 들려 주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난 K씨는 '아무도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이 없었다'고 하면서 티슈를 뽑아 눈물을 닦았습니다. 그리고는 "이제야 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하는지를 알겠어요." 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K씨를 저에게 보내신 이유는 오직 "복음"을 들려주시기 위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K씨의 소원은 유일한 가족인 딸(엄마의 구도자적 모습 때문에 종교를 극도로 싫어함)이 세례를 받는 것이라고 합니다(남편은 돌아가셨음).
K씨의 딸에게 속히 복음을 들을 기회가 주어지고, 그때에 들을 귀를 열어주시길 기도해 주세요.
<다음 달 일정>
• 7/10(금) 1기 선교한국어 양성과정 수료식
• 7/15(수) 성산한국어 2학기 종강파티
• 8/1(토, 16:00)은 CSL 정기 기도회가 있는 날입니다. 기억하시고 함께 동참해 주세요.
Zoom으로 참석하시고자 하는 분은 이메일을 보내주세요.
<6월 재정후원자(가나다 순)>
고성민 강순명 김윤화 김인교 남가희 박리실 손옥현 송갑련
이경화/장기철 이병찬 이인규 이재섭 이정민 이주진 이 진
차지헌 가창제일교회 동경은혜선교교회 수원명성교회
후원 가족들의 기도와 헌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